[풍경] 어느 새벽

from 사진관 2003/06/16 04:55


비가 오다가 그친 어느 새벽.
신기할정도로 주변의 풍경들이 모두
칼라 필터를 끼고 보는것처럼 푸른빛을 띄었다.
이걸 찍을땐 아침 저녁으로 꽤 싸늘한 바람이 불때였는데
지금 보면 그때의 서늘한 바람까지 함께 찍힌듯한 느낌이 든다.
역시 푸른색이 주는 느낌은 온도와도 무관하지 않다.

가끔 날씨나 기타 조건에 따라
이렇게 세상이 꼭 포토샵으로 만진것 같은 색조를 띨때가 있다.
회색일때도 있고, 아주 연한 자주색일때도, 황색일때도 있다.

지금도 기억나는 어릴때의 어느날. (아마도 초등학교 저학년때였던것 같다.)
세상이 온통 깊은 채도의 황자색을 띄었다

해도 없고, 그러나 하늘이 어두운것도,밝은 것도 아닌.
흐린날이면 보통 모노톤의 기운인데,
그 처음보는 붉은빛 돌던 비현실적인 풍경에
난 (드디어) 세상이 멸망하려는 순간이로구나 라는 생각을 했었다.
두려움과 흥분을 안고 급히 집으로 돌아갔다.
생의 마지막은 가족과 함께 해야겠다는 본능에 따라;;;

그리곤, 얼마 안있다가 아무일 없이 다시 날씨가 밝아지자
상당히 실망을 했던것 같다.

그럼, 난 그때부터 이미 어설픈 말세론자였던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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