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자.

from 일상 2007/09/28 23:05


어디선가 연재 중단이 된 작품에 대해
'작가도 버린 작품을 돈 주고 독자 보고 사보라는 거냐' 라는 식의 코멘트를 봤다.

내가 알기로 우리나라에서 작가 스스로가 작품을 버려서 연재 중단이 된 경우는 거의 없다.
90% 이상이 연재하던 잡지 폐간이 원인이며
완결 내지 못하는 경우의 대부분은 그 뒤를 이어줄 출판사나 매체의 부재에 기인한다.
뒷 권을 낼 생각도 없으면서 책을 내깔기는 정신나간 작가도, 출판사도 없다.

(참고로 말해두지만, 내 경우를 말하면서 항변하려는 것은 아니다.
연재 중단된 작품 모두는 아니지만, 달소년의 경우 운 좋게도 맡아주는 매체가 생겼고
그것의 진행이 잘 안되고 있는 것은 순전히 나의 부족한 노력때문이다.)

중간에 끊긴 작품에 대해 작가를 비난하는 경우는 가끔 접하지만
대부분 잡지 폐간등의 사정을 잘 모르는 단행본 위주의 독자들이거나,
완결을 보고자 하는 바램이 이유라는걸 잘 알기에 어느 정도 공감은 한다.

하지만 이 '작가도 버린 작품'이라는 표현에는 정말이지
이가 갈리고 눈에 핏발이 선다.

독자로서 끝내지도 못한 작품을 놔두고,
새 작품을 시작하는 것이 비 매너적 작태라는 문장 하나를 써갈기는 건 아주 쉬었을 거다.
하지만, 채 끝내지도 못한 이야기를 마음 속에 박아둔 채, 
메이져 출판계에서 작가 활동을 계속하려면 새 연재를 시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건
저런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빨만 남아있는 족속들에겐 굳이 설명하고 싶지도 않다.

'만화계를 업그레이드 하고 싶으면  사서 보고 싶은 만화를 그려' 라구?
맞는 말씀.
하지만 어떤 작가가 그런 노력 하나 없이 만화를 그리고 있을까.
대충 그려나가도 될 만큼 여기가 여유있고,
돌아오는 댓가에 메리트가 존재하는 곳이라고 생각하나?

차라리 그냥 솔직히 만화책 사서 보는 돈이 아깝다고 한다면 좋겠다.
최소한 열악한 환경을 참고 견디며 더 잘 그려내지 못한 '초인이 되지 못한 작가'들에게
이 황폐한 현실의 모든 원인과 책임을 떠넘길수는 없는 것이다.


하긴, 생각해 보면, 불법 다운로드와 공짜가 당연히 여겨지고
책이나 음악을 위해 지불하는 그 얼마간의 돈이 당연히 내야하는 것이 아닌,
비정상적이거나, 어리석은 행위가 되어버린 이 거지같은 현실에서 뭘 바랄까.

열불 낼 필요도, 의미도 없는 건 어떤 의미에선 자조적 평화를 가져다 준다.
그래서 난 지금도 웃을수가 있는 것이다.



* 미안해요. 만화계 관련 네거티브 포스팅은 애쓰고 있는 관련 종사자들을 생각해서라도
웬만해서 안하고 싶은데 오늘은 쫌 해소하고 싶었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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