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그까이꺼...

from 일상 2006/02/25 02:48



不醉不歸
/ 허수경


어느 해 봄 그늘 술자리였던가
그때 햇살이 쏟아졌던가
와르르 무너지며 햇살 아래 헝클어져 있었던가 아닌가
다만 마음을 놓아보낸 기억은 없다.

마음들끼리는 서로 마주 보았던가 아니었는가
팔 없이 안을 수 있는 것이 있어
너를 안았던가
너는 경계 없는 봄 그늘이었는가

마음은 길을 잃고
저 혼자
몽생취사하길 바랐으나
가는 것이 문제였던가, 그래서
갔던 길마저 헝클어뜨리며 왔는가 마음아

나 마음을 보내지 않았다.
더는 취하지 않아
갈 수도 올 수도 없는 길이
날 묶어
더 이상 안녕하기를 원하지도 않았으나
더 이상 안녕하지도 않았다.

봄 그늘 아래 얼굴을 묻고
나 울었던가
울기를 그만두고 다시 걸었던가
나 마음을 놓아 보낸 기억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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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각일지는 몰라도
확실히 봄의 냄새란 것이 있다.
꽃이 피거나, 기온이 확연히 높아지지 않아도
차가운 바람속에 섞여 불어오는 그 미적지근한 공기에는
냄새가 있다.

한때는 무방비하게 앓기도 했건만.
이제 이 얼어죽을 것 같이 잔인하고 따사로운 계절은
독감 예방주사를 맞았을 때처럼,
걸리지도 않을 몸살의....
뜨뜻미지근한 거짓 미열과 함께 지나간다.

미열이 주는 뜨끔한 통증들은
막상 되짚어보면
추억이든, 몽상이든....
딱히 떠오르는 분명한 형태가 없다.
그저...손에 잡히지 않는,
한 없이 부서져 내리는 햇살일 뿐.
정말로,
부서져 내리는 빛의 조각들일 뿐.
아무것도 없다.

.... 그래서 아픈건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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