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고 있는 여름.

from 일상 2005/08/13 18:42
내일이 말복이지만...
이걸로 여름이 다 갔다고 생각하면 분명히 큰코 다칠꺼다.
옆에서 천천히 걷고 있는 여름이 여유 만만하게 웃으며
어깨에 그 뜨듯하고 무거운 팔을 올리고 있는 기분이다.

어제 새벽엔
몇주 째 밀린 재활용 쓰레기를 버리느라 3-4번은 오르락 내리락 했다.
와아. 정말 그 엄청난 양이란.
이사 왔을때도 그렇게 많은 쓰레기가 나오지 않았던것 같은데.

자질 구레한 과제들과, 잡혀 있던 약속들을 클리어하고 나니
이젠 조립을 기다리고 있는 행거 두개와 어질러져 있는 화실.
본론으로 들어가야 할 작업들이 다정하게 나를 기다린다.

그동안 보았던 영화는 나비효과와 아나콘다2를 비롯한 공포물 몇편.
친절한 금자씨와 혈의 누.

금자씨는 이영애가 너무너무 이뻤다. 빼고는 더이상 할말이;;;
나중에 다시 보면 다른 기분일지도 모르겠지만
제법 멋지던 비주얼이나 편집도 심드렁...
감정적으로...'이입'이 도무지 되지 않아서 붕뜬 기분으로 내내 보았다.

혈의 누의 박용우는 그 단아함은 물론이고
목소리가 이상하게 느껴질 정도로
귀에 잘 들어오는 배우란걸 이번 영화 보며 처음 알았다.
지성도 괜찮았고.
그런데 그 멋진 차승원이 생각보다 평범해보인 건 아쉬움.
난 차승원이 꽤 좋은 배우라고 생각하는데.
궁합 맞는 감독을 만나면 굉장한 걸 보여줄거라고 기대하고 있다.

근데, 어디선가 ***이 범인이라는 잘못된 스포일러를 접하고 본거라
내내 헛다리 짚는 상상력만 실컷 돌려댔다.
악질적인 스포일러들은 이제 별 짓들을 다 한다.

어제는 교보에 갔다가
요즘들어 화실 어디에 쳐박혀 있는지 도무지 찾을수가 없는
이마 이치코 선생의 [환월루기담]을 또 사왔다.

이치코 선생의 그림을 보면
마음이 편하고 따듯해지면서도,
한편으론 그립고 슬픈 기분이 든다.
그래서, 때론
내가 사랑에 빠져 있다는 착각이 들때까지 있다.
하핫. 어린애 같이.

하지만 정말로 언젠가 한번은 꼭 만나보고 싶다. 는 생각에
먼지 쌓인 일본어 교제를 다시 꺼내들었다.

지친 몸을 딩굴리며 늘어져 있다가 이런 저런 욕심에
아이스 커피를 한잔 타서 일어나 앉는다.
역시 사람을 일으키는건 욕망.

일단은, 두개의 행거 조립부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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