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인 글을 쓴 김에 또 포스팅.
(이번 기회에 맺힌 건 다 말해버리고 털어버리련다)
작년인가, G 출판사에서 나온 일정한 주제로 참여한 앤솔로지가 있었다.
예전에 친분이 있던 분이 그 책의 편집을 총괄 하시는 인연으로 참가하게 된 거였는데
주제는 성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었고,
그때도 난 BL 단편(완결된 연재작의 번외편이었다)을 실었다.
나중에 책이 나온것들 보니까 내 원고의 표지가 책 표지로 사용이 되었다.
물론 그에 대해 난 미리 통보를 받은 바가 없었지만, (추가적인 고료 지급도 물론 없다.)
원래 그 책이 내지 중에 일부를 표지로 쓰기 때문에 그냥 그런가 보다 생각하고 넘어갔다.
(생각해보니 D사에 나왔던 우리나라 최초 BL 앤솔로지 유x 1호 때도 그랬다.
2호 표지었던 S군도 통보 받지 못했다고 한다.
이런 건 고료에 앞서 절차상의 예의 문제라고 생각되는데.)
하여간 정작 중요한 문제는 각 온라인 서점이나 미디어에 소개글로 나온 보도 자료(물론 출판사에서 만든) 였다.
각 단편들에 관한 언급을 하나씩 하면서 내 단편에 관해서는 단 한 줄도 언급이 되어있지 않았다.
처음엔 표지로까지 사용해 놓고, 정작 단편에 대해 업급조차 없는 건 좀 부당하다 싶어서
청탁을 하셨던 편집장님께 연락을 드려볼까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알고 보니 그 보도 자료를 작성한 필자는, 그 출판사의 대표로
이름만 대면 알만한 유명 순정지 편집자 출신의 바로 그 분이었다.
뭐 개인적으로 내가 아주 풋내기 시절에 그 분께 발탁이 되어 만화를 그리기 시작한 경험과 과거도 있고...
내가 그린 단편이, 혹은 BL이라는 장르가 탐탁치 않아서 언급을 안한 것이라는 짐작이 들었고
(그분이라면 어떤 의미에서 충분히 그럴만 하리라 생각도 들었고)
다음 부터 안하면 그만이라고 생각에 편집장님께는 따로 연락 드리지는 않았다.
(그리고 어쨌던 간에, 책 내부에 실린 편집장님의 리뷰에는 공정하게 모든 작품들에 관한 코멘트가 있었다.
그리고 마감때문에 그 편집장님께 민폐를 끼친 죄송스러움도 있었기에.)
... 그렇게 지나가고 시간이 함참 흐른 후, 저번 달.
그 출판사의 편집장님께 다시 앤솔로지에 참가해달라는 청탁을 받았다.
이런 저런 생각이 머리를 스쳤지만, 개인적으로 존경하고 호의를 갖고 있는 분이기에
편집장님 께는 그냥 스케줄 문제로 어렵겠다고 말하고 고사했다.
그런데, 얼마후 다른 경로로 간접적인 청탁이 다시 한번 들어왔는데
날짜를 조정 해줄테니, Bl 코드로 원고를 아주 짧게라도 해보면 어떻겠느냐 라는 것이었다.
Bl 동인을 함께 하고 있는 후배에게도 청탁을 하고 싶다는 얘기도 있었다.
이전 기억으로 좀 의아해 했더니, 출판사 대표자께서 직접 내신 의견이라며
4 페이지라도 해보는 건 어떻겠냐고 했다.
..... 그렇게 짧은 원고가 책의 퀄리티나 편집에 보탬이 별로 되지 않는다는 정도는 누구나 알수 있을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짧고 좁은 내 식견으로는 그저
참가 작가 리스트에 이름 석자를 추가 하려는 의도로 밖에 해석할수 없었다.
그것도 꼭 집어, 이 전에 그토록 철저히 무시되었던 BL 코드로 말이다.
수요라는 것은 시대와 상황의 흐름에 따라 180도 변화하기도 한다.
만화 뿐 아니라 모든 트렌드가 그렇다.
아마도 지금은 BL코드가 그런 흐름 중에 가장 큰 물결을 타는 하나일 것이다.
만드는 입장 이전에, 내 자신이 독자이며 관객이고, 깊은 애정을 가진 소비자이기때문에
여러모로 즐거운 일들이 많아진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또 그렇기때문에 이런 뭐라고 말하기 미묘한 씁쓸한 경험도 생기는 것이다.
뭐....사실, 만드는 입장에서 겪을수 있는 이런 사소한 일들은 아무래도 좋다.
난 어쩔수 없이 스스로가 좋아하는 것을 할수 밖에 없으니까
누가 뭐라 해도 평생 이러고 살다(하하하) 죽게 될 예정이므로
그다지 기가 죽을 일도, 낙담 하는 일도 없다.
그것이 지금 내게 있어서 제일 중요 하다고 생각한다.


